오랜만에 본업인 영어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나는 고등학교 때부터 용돈벌이로 과외를 했었다. 하지만 통대 졸업 이후 과외는 일절 받지 않았다. 일단 노동자 입장에서 1:1 과외보다 통번역이 더 고부가가치 서비스였고 개인적으로 과외에 쏟아붓는 정신적 에너지가 상당했기 때문. 특히 대학 입시를 목표로 하는 학생들의 미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일이기이 냉정하게 '일'로 보기가 힘들었다... 그렇게 학생 한 명 한 명에 애정을 쏟다보니 탈진.
그래서 수년째 과외는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잘 지내던 차에 거부할 수 없는 요청이 들어왔다. 그거슨 바로 고3이 된 사촌 동생의 과외 요청. 특히 나에게는 작은 아빠인 사촌동생의 아빠에게서 개인적인 도움을 받았던 터라 도저히 거절할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시간을 쥐어짜서 주말마다 두 시간씩 과외를 해주었고 사촌동생은 결국 원하던 대학 원하던 과에 입학하고 말았던 것이었다.
그렇게 진이 빠지고 이제 과외는 다시 하지 않겠다 다짐하는데… 몇달 뒤 내가 통번역사인 걸 아는 이웃분이 동네 학부모에게 (나 없는 자리에서) 나를 과외 선생님으로 소개하는 바람에 2년 연속 고3을 가르치게 되었다.ㅠㅠ (갑자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옴)
처음에는 아이 상태 진단만 해주자고 갔는데, 막상 보니 딱한 상황이었다. 전형적인 이과생이었는데, 영어 한 과목에 발목이 잡혀 최상위권으로 갈 잠재력이 충분한데도 중하위권에 머무르고 있었다. 말그대로 영어 하나가 평균점수를 다 깎아먹고 있는 상황. 뭘 해도 안 오르는 영어 때문에 아이는 이미 자신감을 잃은 상태....
안타까워서 과외를 해주기로 했다. ㅠㅠ
아이를 처음 만난 시점이 1학기 중간고사를 치른 직후였는데, 기말고사 때 성적이 수직상승해 최상위권에 진입했으니 2개월만에 내신이나 모의고사나 한 개 틀릴락 말락 하는 수준이 된 거다.
내신, 수능, 토플, 유학 준비.
종목이 뭐든 영어 공부의 기본은 암기다.
외국어는 암기 없이 잘 할 수 없다.
그중에서도 내신은 전적으로 암기라고 할 수 있다. 정해진 시험 범위 안에서 문제가 나오기 때문에 시험 범위에 해당하는 지문들을 모조리 외우기만 하면 점수는 잘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런데 암기가 쉬울까? 쉬운 사람도 있겠지만 암기 자체를 극혐하는 사람도 많다. 이번에 내가 가르쳤던 아이는 암기를 너무나 싫어하는 학생이었다.
무조건 외우게 하면 아이가 영어를 더 싫어하게 될 게 뻔했다. (그런 의미에서 깜지같은 방법은 최악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나는 문제를 풀면서 아이가 지문을 저절로 외울 수 있도록 다양한 문제를 직접 만들었다.
그런데 이렇게 모든 지문에 대한 문제를 수작업으로 하다보니 과외시간의 수배에 달하는 시간이 소요되었다. 내 직업이 전문 과외 선생님이면 문제도 재활용하고 나름 좋겠지만, 학생 한 명을 위해 이렇게 많은 시간을 들이는 것은 내 생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일이었다. 문제를 만드는 시간 동안 다른 일은 할 수 없으니까.
그래서 좋은 문제를 찾기 위해 검색을 하고 온갖 유료 사이트에서 문제를 다운 받아보고, 결국 어마어마한 블로그를 찾았다.
내가 원하는 스타일로 문제를 제작해 무료로 배포하고 있는 블로그! 좋은 건 나눠야 한다. 이 블로그를 공유하고 싶어서 사실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https://bbemsenglish.tistory.com/
BBEMS ENGLISH&EDU
중고등 영어 내신 모의고사 EBS교재 자료 블로그입니다.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bbemsenglish.tistory.com
바로 이곳이다. 운좋게도 내가 가르치던 학생의 학교에서 이 블로그에서 올리는 교재로 수업을 해서 블로그에서 받은 문제로 학생과 수업을 이어갈 수 있었다.
본문을 읽고 빈칸을 채우는 문제.

역시 같은 지문에서 어법을 선택하는 문제,

역시 같은 지문에서 뒤죽박죽 배치된 구문들을 순서대로 재배치하는 문제까지...

나는 여기에 영어 지문은 한국어로 해석하고 해석한 국문을 다시 영작하는 작업까지 시켰다.
영-->한, 한-->영 번역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이 작업은 통대 입시생들이 자주 하는 번역 연습이다.
지금까지... 암기를 싫어하는 학생들에게 문제로 떠먹여주는 방법을 알아봤다. 제자들을 영어 만점으로 이끌려면, 지문마다 저런 유형의 문제를 만들어서 풀게 하면, 영어는 반드시 만점이 나올 거다.
영어만큼은 만점을 만들어주고 싶었던 나의 푸시를 잘 견뎌준 내 제자. 기특하다.
+)
이제 과외는 이것으로 끝이다 싶었는데, 수능이 끝나고 몇 주 뒤에 과외가 또 들어왔다. 과외 구하는 광고는 한 적이 없는데 신기하게 한 명이 끝나면 한 명이 들어오고.... 그런 식이다. 이번에는 현직에 있는 통번역사의 과외 요청.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인데, 살짝 골치가 아프지만 들어보니 또 사정이 딱하다. 허허허....
#영어공부비법
#영어독학비법
#영어과외비법
#영어내신
#영어내신만점
#영어의기본
#영어과외
#수특변형문제
#수특문제
#수능영어
#수능영어공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