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포스팅에서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 거주할 예정이라면, 수도권 통번역대학원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오늘은 그 이유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우리가 좋은 대학에 가려는 이유는 뭘까요? 보다 많은 것을 얻기 위해서 아닐까요? 통대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우리는 학비라는 대가를 지불하고 보다 나은 미래를 보상받고 싶어합니다. 구체적으로는 1. 브랜드 가치와 2. 인적 네트워크일 것이고, 결과적으로는 높은 연봉, 좋은 회사, 프리랜서 일감 등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수도권 통번역대학원에 가려는 이유는 SKY 대학을 가려는 이유와 같겠죠. 대학원 이름은 통번역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어느 정도 보장해줍니다.
같은 조건이라면, 수도권에서 신입으로 구직을 할 때는 지방 통대 졸업장이 불리합니다. 지방 통대를 나온 사람이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신입이기 때문에 서류상 경력으로 그 실력이 증명이 안 됩니다. 신입 때 내놓을 수 있는 건 통대 졸업장 뿐이지요. (물론 예외는 있습니다. IT 회사라면 공대 졸업에 지방 통대를 나온 사람을 인문계 졸업에 수도권 통대 나온사람보다 선호할 가능성이 있죠.)
하지만 지방에 거주할 예정이라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단독] “심장 전문의 없나요” 연봉 10억에도 의사가 안 옵니다
https://www.chosun.com/national/welfare-medical/2023/06/02/CXXTEA4TMBHHZLSVM6HDF7KFTM/
연봉 4억 준다는데도… 지방 응급실 지원 ‘0명’
https://www.chosun.com/national/welfare-medical/2023/02/21/RLTDBBJIUFGDZG64Z7PIGS7XFI/
이런 기사 보신 적 있으신가요? 통번역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방 일자리가 급여도 더 높은데 사람이 없어서 못 뽑습니다. 수도권 통대생들은 지방에 가야하는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돈을 1-2천 더 많이 준다고 지방으로 내려가지 않습니다. (원래 수도권 지역이 집이면 지방으로 내려갈 때 거주비도 들어가고 연고지도 아니니 홀로 외롭게 생활해야 하니까요. 지방에 집을 구해서 살려면 결국 천 만원 정도는 더 들어갑니다.)
같은 삼성전자라도 우면 R&D센터, 삼성전자 수원, 삼성전자 구미의 입사 경쟁률은 당연히 다릅니다. 같은 정부청사라도 과천과 세종이 다르겠죠. 한국거래소, 원자력발전소 등의 공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아까 수도권에서 신입으로 취직할 때는 분명 불리하다고 말씀을 드렸는데요. 이 단점도 몇년 지나면 상쇄되어 버립니다. 간단한 예시를 들어볼게요.
A는 '20부터 2년 동간 통대를 준비하고 '22년에 수도권 통대에 입학, '24년에 졸업하고 구직을 합니다.
B는 2020년에 지방대 통대를 입학하고 '22년에 졸업 후 제약회사에 입사하여 '24까지 2년간 경력을 쌓았습니다.
제약회사에서 통번역사를 뽑는다고 하면 당연히 B를 뽑지 않을까요? 회사든 클라이언트든 경력을 선호하니까요.
또 하나 눈여겨봐야 할 것은 통번역대학원에 설치되어 있는 통번역센터인데요. (학교 내에서 통번역 일을 받는 곳입니다.) 시장에 나와 보시면 알겠지만, 흔히 말하는 정요율을 주는 곳은 교내 통번역센터가 거의 유일합니다… 나중에 프리랜서로 시장에 나오시면 이 편차가 얼마나 큰지 느끼시게 될 겁니다. 예를 들어 영상 번역은 에이전시에서 받는 거랑 통대 센터에서 받는 거랑 가격이 10배 차이 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방 통대는 재학생 수도 적고 졸업생 수도 적어 실력이 뛰어나면 교수님들의 관심을 받게 됩니다. (물론 교수님들과의 관계가 좋다는 가정 하에) 교수님들과 사이를 잘 유지하면, 재학 중이나 졸업 후에 교수님들과 같이 일도 하게 되고 일을 받기도 합니다. 통번역 센터에서도 일을 받게 되죠.
반면 수도권 통대의 경우 이미 졸업생이 차고 넘쳐, 통대 센터에서 요즘 졸업생에게 일이 가는 경우는 0 퍼센트에 가깝다고 보시면 됩니다. (1세대 분들이 아직도 현역으로 있기 때문에 그분들 선에서 끝난다고 보시면 됩니다.)
나중에 교수가 되는 것까지 고려하실 때도 중요합니다. 어느 대학이나 자대출신을 선호하기 때문이죠. 지방 통대도 자대 통대 졸업생을 교수로 뽑고 싶어합니다. 단 실력과 경력이 당연히 뛰어나야 하겠죠.
단점도 많습니다. 아까 신입 때 수도권에서 취직이 힘들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지금은 지방에서 계속 살 계획이라고 하더라도, 사람 일이야 모르는 것. 아무래도 명성 높은 통대 졸업장을 따 두면 어디를 가든 인정받을 수 있겠지요. 사회의 인식 차원에서도.
평균적으로 지방대 통대 재학생들 실력이 수도권 통대생들보다 부족합니다. ‘지방 애들이라 실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통계적으로 봤을 때 당연한 일입니다. 수도권 인구가 1000이라면 지방 인구는 10이고, 1000명 중에 잘하는 사람이 100명이라면, 10명 중에 잘하는 사람은 1이 됩니다. 면학 분위기가 다르겠죠.
통대 동기들은 사회에 나갔을 때 서로 파트너도 하고 일감을 주고받기도 하고 정서적으로 의지도 되는 고마운 존재입니다. 그런데 동기들 실력이 좋지 않다면 이런일도 줄겠죠. (물론 부족한 사람이 나중에 노력해서 뛰어나게 되는 경우도 있고 교수님에게서 일감을 받을 수 있다면 이런 부분은 또 상쇄되겠지만요. )
결론적으로 수도권통번역대학원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말은 지방대학원이나 수도권대학원이나 똑같이 좋다는 말이 아닙니다.
내가 수도권 통대를 한 번에 붙을 실력이고 학비/거주비용 부담이 안 된다 하면 수도권 통대가 좋을 것입니다. 하지만 재수 삼수를 할 정도의 실력이고 앞으로도 지방에 살 계획이라면 시간/금전 비용을 그만큼 들이면서 수도권 통대를 고집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수도권에 취업할 것이 아니라면 지방 통대를 나와도 취업에 무리가 없고, 대학원 재학 동안 교수님들과 좋은 관계 유지하면서 실력을 키운다면 프리랜서, 교수 진로까지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는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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